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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직업보다 방향성을 고민하라

최근 십대들은 입학사정관제 때문에 고민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말 그대로 입학사정관이라는 전문가가 대학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을 고용해 성적 외의 전공 분야 잠재성까지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내년 이후 입학사정관제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비율이 서울 수도권 대학의 경우 30%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입시에도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시대
물론 취지만 놓고 보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전공에 대한 잠재력이 충분한 학생을 단지 성적만 가지고 뽑는 것은 불합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 대덕여고 김은솔 양은 성적은 학교에서 중간 정도였지만 경제 분야에 대한 잠재성을 인정받아 2009년 자기추천자 전형으로 건국대학교 상경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김 양은 고교 시절 교내 동아리 ‘경제탐험대’에서 3년 동안 활동하면서 매달 경제 월간지를 발행했고, 금융감독원과 부산경제교육센터 지원으로 세관박물관, 한국증권선물거래소, 금융감독원 등을 방문한경험을 인정받았다. 오랫동안 관련 분야의 지식을 쌓고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것이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제도의 취지만큼 이상적인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입학사정관제를 ‘엄마사정관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교육 여건상 학생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완벽하게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자발적인 의지를 가지고 한 분야의 잠재력을 키워나간 학생보다 스펙 하나라도 더 쌓아서 일류대학에 보내겠다는 극성 엄마를 둔 학생이 대학 가기가 더 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5년에 서울대에서 논술 모의고사 답안지를 공개했을 때의 반응을 보면 우리 사회의 입시 과열 양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당시 한 학생이 우화에 빗대 자신의 논지를 풀어나간 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자 그해 강남의 유명하다는 논술학원에서 전부 우화를 가르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독창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전개를 평가하는 논술조차 이러하니 입학사정관에게 제시할 포트폴리오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진로를 위해 꾸준히 준비해온 좌절과 성장의 스토리가 담겨야 할 포트폴리오가 자칫 재미도 감동도 없는 천편일률적인 스펙 쌓기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생 포트폴리오를 먼저 만들어라
성적 외에 포트폴리오가 선발의 기준이 되다 보니 이제는 초등학교 때부터 꿈을 정해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목표를 일찍 정하는 것이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렸을 때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직업이 아니라 인생을 통틀어 이루고 싶은 가치와 방향성이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어떻게 살겠다’는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BR뇌교육 임경희 영재연구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의사, 변호사, 가수와 같은 직업을 말합니다. 그러나 왜 그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물어보면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정해야하는 것은 그냥 의사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 , 그냥 가수가 아니라 ‘슬프거나 외로운 사람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와 같이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을 담은 꿈이어야 합니다.”

그렇다. 오늘의 김연아가 있는 것은 그가 가진 기술의 완성도 때문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피겨 선수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세계적인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뛸 수 있는 것도 그가 화려한 개인기로 승부하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자기만의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사교육에 종사하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정책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범 씨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입학사정관제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분명히 있다고 강조한다.

“여태까지 우리는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아이들에게 자발성의 기회를 충분히 주지 못했습니다. 입학사정관제의 진정한 가치는 아이들이 누구나 스스로 배우고 익히며 현명하게 살아갈 능력을 타고났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균 수명은 높아지고, 고용 환경은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한국사회에서 이제 평생 직업이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얼마나 안정적인 직업을 빨리 구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를 먼저 묻는 것이다.

우리 뇌는 분명하고 큰 목표를 잡을수록 더 적극적으로 자기주도성을 발휘한다. 단순히 상위 10% 안에 드는 스펙을 갖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제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좀비 인생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사회가 제시하는 성공의 잣대를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때 비로소 영혼을 가진 삶이 가능하다. 그래서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는 십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입시 포트폴리오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는 인생의 방향성을 먼저 찾는 것이 아닐까.

글·전채연 ccyy74@naver.com

출처:brainmedia.co.kr

update | 20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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